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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 취지 살리려면, 교육과정 지원체제 구축 병행돼야

작성자: 임세봉

조회: 2372 등록일: 2021-11-25

1. 교육부는 11월 24일(수),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은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을 표방하고 ‘미래 사회 역량 강화’,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 및 책임 교육 구현’, ‘디지털・인공지능 교육환경에 맞는 교수・학습 및 평가체제 구축’을 주요 방향으로 한다.   <o:p></o:p>2. 교사노동조합연맹(이하 교사노조, 위원장 김용서)은 이번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기본 방향에 공감한다. 특히 이번 총론에서 초등교육과정에 ‘건강한 생활’ 등의 교과를 신설하기 위한 논의가 지속되는 것에 대해 학교 현장의 우려가 컸는데, 이러한 학교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새로운 교과목의 신설이 아니라 해당 주제를 기존 정규교과에 통합하여 다루는 것으로 마무리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새로운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교과’를 만드는 것으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증명’하려는 잘못된 정책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세월호 이후 초등 1, 2학년 과정에 도입한 ‘안전’ 교과를 별도의 교과가 아닌 기존 정규교과에 통합해 다룰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도 동시에 첨단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가 ‘인공지능’교과의 신설로 논의되었던 것이나 코로나 경험 이후 ‘건강한 생활’ 교과의 신설이 논의되었던 것이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논의가 교과목의 신설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o:p></o:p>3. 교사노조는 초등국어 한글 교육 시수 34시간 증대와 관련하여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한글 습득 단계에 나타나는 현격한 차이에 대해 학교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 그리고 현재도 한글 교육의 단계와 다른 교과에서 사용되는 한글 낱말의 난이도 등이 현격한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한글 교육 수업 시수 증대로 이 간극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교육부는 향후 각론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 위 문제를 함께 논의해 주기 바란다.   <o:p></o:p>4. 그간 ‘인권’, ‘인성’, ‘민주시민’, ‘다문화’ 등 이미 기존 교과에 녹아 있는 주제임에도, 별도의 법령으로 정규교육과정 외에 추가적으로 이 주제에 대한 의무 교육시수를 부과하는 ‘범교과 학습’이 학교에 부담을 가중시켜왔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범교과학습 주제를 기존 교과 교육과정에 통합하여 다루기로 하고 별도 법령에 의한 의무교육시수 과잉 문제를 일몰제 특별법 제정으로 정리해 나가기로 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교사의 수업 연구시간을 빼앗아 법령에 따른 의무부과 교육 계획 수립 및 이행 보고를 위한 행정업무에 동원해온 현실이 신속히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o:p></o:p>5. 이번 개정 교육과정은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총론 개발 과정에 이를 도입했다. 그 기본 취지에 공감하나 이것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운영되었던 ‘거버넌스 구조’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한계를 인지하고 있지 않으면 정책적 오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협력적 거버넌스는 학생・학부모・교사・범사회적 전문가를 그 구성원으로 하여, 보다 다양하고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이 어떻게 적용되고 실현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희망사항’이나 ‘지향’을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음에도 현장전문가인 교사는 거버넌스 구조에서 약 20명 중 1명의 목소리밖에 낼 수 없는 구조이다. 이때, 현장전문가가 시안이 담고 있는 어떤 방안이 학교에 적용되었을 때 실제로는 다양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극소수의 목소리가 되고 만다.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합리적인 결론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거버넌스에는 정책 내용에 따라 ‘교육이론의 전문가와 비전문가’, ‘현장교육경험을 가진 전문가와 비전문가’, 그리고 ‘어떤 정책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자와 간접적인 책임을 지는 자, 아무런 책임이 없는 자’ 등의 차이를 고려해야 할 안건과 그렇지 않은 안건이 있다. 논의 안건의 특수성 대한 고려 없이 모든 것을 거버넌스에서 논의하여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이번 교육과정 논의는 거버넌스 구조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며, ‘거버넌스 구조의 정교화’, ‘안건 성격에 따른 차이를 고려한 접근 방법의 다양화’를 주요 과제로 남겼다.   <o:p></o:p>6. 교육과정에 대한 전국민대상 설문도 같은 한계가 있다. 주제의 성격에 따라 국민 전체에 물을 것이 있고, 교육이론가에게 물을 것이 있고, 현장 상황을 잘 이해해야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이슈로 현장교육전문가인 교사의 의견을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이에 대한 구별이 필요하며, 전국민 대상 설문의 결과 그 자체가 정답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o:p></o:p>7. 고교학점제 등 이번 교육과정의 핵심 방향 중 하나가 바로 ‘학생 선택권의 확대’이다. 학생에게 '선택할 자유'를 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라는 믿음이 최근 몇 차례의 교육과정 개정에 꾸준히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우리 사회와 교육현장의 상황과 맥락에서 그 적절성이 검토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의 자유로운 선택은 ‘대입에 유리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 선택권의 확대’라는 교육의 지향이 입시라는 목표 앞에 왜곡되는 것이다. 이 가능성을 무시하고 선택의 자유만 외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사회탐구 과목에서 필수이수학점은 축소되고 ‘정치, 경제, 법과 사회’ 등은 진로선택 과목으로 배정되었다. 학업성취도가 높지 않은 학생들은 ‘정치, 경제, 법과 사회’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시민적 역량 역시 학업성취도 높은 학생에게만 축적되어 편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선택권의 확대가 시민교육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이번 교육과정의 특이사항 중 하나가 바로 초등교육과정에 처음으로 ‘선택과목’이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맞춤형 교육과정’의 필요성을 넘어서, 혹시 선택을 확대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신화가 초등교육과정까지 내려온 결과는 아닌지 우려가 크다.   <o:p></o:p>8. 마지막으로 교사노조는 이와 같은 교육과정 논의와 함께 그 교육과정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체제 구축에 대한 대안 마련을 병행해 줄 것을 교육부에 강력히 요청한다. 이번 교육과정은 교육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 과정에 현장 교원의 참여를 50% 이상 확보하여 현장 적합성 높은 교과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각 학교별로 지역 사회에 맞는,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개발하고 교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지원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연구 시간을 어떻게 확보해줄 것인지에 대한 대책 없이 말만 늘어놓는 결과가 아니어야 하겠다. 생태 문제 등 미래 사회 대응 주제 강화를 환영하나 이 문제를 학교에서 주로 다룰 과학부의 과학교사, 기술교사들이 학교 컴퓨터 관리 등 학교 정보인프라 관리 업무를 주로 담당하여 생태교육을 연구할 시간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고 실제 교육현장에 안착시키고자 한다면 이것이 실현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수업 준비 시간도 상담 시간도 부족한 교사에게, 물품 기안과 각종 컴퓨터 기자재 관리까지 맡겨져 있는 상황에서는 교육의 자율성은 공허한 말잔치에 그칠 우려가 크다. 실질적 행정업무 재구조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o:p></o:p>   <o:p></o:p>2021. 11. 25.<table id="community_image" class="center" align="center" width="675"><tbody><tr><td><img src="/rankup_module/rankup_board/attach/notice5/16377992226902.png" _width="675" align="absmiddle" style="width:675px;"></td></tr></tbody></table><div id="hwpEditorBoardContent" class="hwp_editor_board_content" data-hjsonver="1.0" data-jsonlen="25162"><!--[data-hwp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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